복지국가를 위한 행정 빅데이터 구축과 조세정보 공개의 필요성

월간 복지동향 (2019.09.)

복지국가를 이루는 데 있어 행정 빅데이터 구축과 조세정보 공개가 왜 필요할까? 더구나 개인의 조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보호라는 정보인권의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가 복지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증거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의 수립에 필요한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과 활용이 긴요하다. 구체적으로 전 국민의 소득, 재산, 세금, 복지급여 관련 정보 등 각종 행정정보를 통합한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 및 서베이 데이터와의 연계 활용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를 실현하고자 하면 국민 개개인이 자신과 타인들의 소득과 세금을 비교해보고 조세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조세정보를 민감한 개인정보로 간주하지 않고 모든 개인과 기업의 소득과 세금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복지국가를 위한 행정 빅데이터 구축과 조세정보 공개의 필요성
 
유종성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
 
복지국가를 이루는 데 있어 행정 빅데이터 구축과 조세정보 공개가 왜 필요할까? 더구나 개인의 조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보호라는 정보인권의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가 복지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증거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의 수립에 필요한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과 활용이 긴요하다. 구체적으로 전 국민의 소득, 재산, 세금, 복지급여 관련 정보 등 각종 행정정보를 통합한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 및 서베이 데이터와의 연계 활용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를 실현하고자 하면 국민 개개인이 자신과 타인들의 소득과 세금을 비교해보고 조세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조세정보를 민감한 개인정보로 간주하지 않고 모든 개인과 기업의 소득과 세금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조세정보를 공개할 뿐 아니라 이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또한 전 국민에 대하여 소득, 재산, 세금은 물론 교육, 고용, 주거, 의료, 복지 등 각종 행정정보들을 통합하여 이러한 행정 빅데이터가 사회과학 및 정책 연구의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소득과 세금의 투명한 공개가 정부에 대한 신뢰는 물론 부자들을 포함한 타인에 대한 일반적 신뢰, 또는 사회적 신뢰(generalized interpersonal trust, or social trust)를 향상시키고, GDP의 50%에 가까운 높은 조세부담을 복지국가 유지를 위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들 나라들이 인권이나 사생활 보호에 대한 관념이 낮아서는 결코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투명성 또는 부패인식지수는 물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측정하는 각종 지표에서도 항상 최상위권에 오른다. 이들 나라에서도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이 국가에 의해 남용될 위험과 사생활 보호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한때 상당한 논쟁을 거쳤다. 그러나 개인정보 중 사생활로 보호해야 할 민감정보(sensitive information)를 분류함에 있어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떳떳하게 벌고 세금을 내는 이상 이를 감출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모든 국민이 공문서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를 가진다는 정보의 자유 차원에서 납세의 의무와 관련된 행정정보(소득공제액, 세액공제액, 총수입금액, 결정세액 등)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아닌 공적인 정보로 간주한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개인의 소득과 세금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이 익명화한 행정 빅데이터를 사회과학과 정책연구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으로서 전자정부에 있어서도 상당히 앞서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과 통합 활용에는 뒤처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거기반 정책을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
2017년 가을 스탠포드대학교의 데이비드 그러스키(David Grusky) 교수가 불평등연구회의 초청으로 방한해 연세대학교에서 2회의 연속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러스키 교수는 미국의 “절대적 소득이동성”(absolute income mobility)이 감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Chetty et al. 2017). 1940년대 출생 세대가 30세에 부모의 소득을 넘어설 확률이 90%가량이었는데, 1980년대 출생 세대가 그럴 확률은 50%로 줄어들었다는 흥미로운 결과였다. 더 흥미로운 것은 어떤 자료를 가지고 그러한 분석을 해 낼 수 있었는지 하는 것이었다. 그 연구에 사용한 자료는 미국의 인구총조사(Census) 및 현재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자료와 함께 개별 납세자들이 국세청에 제출한 소득세 신고서(tax return)였다. 미국에서는 소득이 있는 개인들은 대부분 (아주 적은 규모의 소득자 등은 제외하고) 소득세 신고(한국의 종합소득세 신고에 해당)를 하는데, 자녀가 있는 경우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자녀들의 사회보장번호를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들의 소득세 신고서에 기록된 정보를 토대로 이 자녀들이 자라서 30세에 낸 소득세 신고서를 추적할 수가 있다. 소득세 신고서의 정보를 토대로 1천만이 넘는 부모-자녀 간의 소득 결합분포를 직접 추정하였는데, 미국의 국세청이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협력해주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러스키 교수는 증거기반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행정 빅데이터의 활용이 긴요함을 역설하였다. 청중 가운데 여러 명이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세 자료 등 행정 빅데이터 활용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그러나 그러스키 교수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행정 빅데이터를 이용한 증거기반 정책연구는 상충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스키 교수는 실리콘 밸리의 창업기획사인 와이 콤비네이터가 진행하는 기본소득 실험의 설계에도 관여하였는데,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조세정보 등 행정 데이터 사용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등록 빅데이터와 서베이 데이터를 연계해 분석하는 것은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서 중단되긴 했지만 캐나다 온테리오 기본소득 실험 설계에 있어서도 공통적이다. 이렇게 행정 데이터를 서베이 데이터와 연계해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서베이의 비용(연구자 측)과 부담(응답자 측)을 줄일 뿐 아니라 응답자의 기억과 진술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사실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과 활용에 있어 미국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후발 국가이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일찍이 행정등록 자료를 이용한 사회과학 연구가 서베이 자료를 이용한 연구보다 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신광영 2017; 강신욱 외 2018). 이들은 국세청자료를 포함한 총인구등록자료, 사업체 등록자료, 부동산 등록자료를 비롯하여 각 행정부처의 자료를 통합하여 통계적 분석이 가능한 전 국민 등록기반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또한 행정 데이터와 서베이 데이터를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연구자, 기업, 일반 시민에게 폭넓게 이러한 자료가 제공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하여 상당한 갈등과 논쟁이 있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공익적 목적의 정보 활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방안을 도출해 내었다. 가령 스웨덴의 1998년 개인 데이터법은 민감한 개인정보의 활용에는 상당히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데 인종과 민족, 정치적 견해, 종교와 철학적 신념, 노조가입 여부, 건강과 성생활 관련 정보 등을 민감한 개인정보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소득과 세금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세 정보를 개인정보로 엄격히 보호하고 있지만, 비식별화된 개인별 과세자료의 이용은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세금 행정 자료와 센서스국의 서베이 자료인 현재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또 다른 서베이 자료인 소득과 프로그램 참여조사(Survey of Income and Program Participation), 미국공동체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 자료 등을 통합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미국 국세청에서는 과거의 국세청 소득통계자료(traditional SOI files)가 세금신고를 하지 않는 저소득층을 누락한 문제를 극복하여 미국인 전인구에 대하여 자세한 과세자료 패널 데이터(SOI Databank)를 자녀 및 고용주들과 연계할 수 있도록 구축하였다. 즉, 1996년 이전에 사망하지 않은 모든 미국인에 대하여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열씩, 총 90억 열에다 100개가 넘는 행에 소득과 세금 관련 변수들과 가족 및 고용주 등과의 링크 등을 담고 있는 빅데이터이다(Chetty et al. 2018). 미국 국세청의 과세 정보를 비롯한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은 이미 많은 사회과학과 정책 연구에 이용되고 있거니와, 앞으로 보다 나은 데이터의 생산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연구의 질적 향상이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정부는 증거기반 정책 수립을 위한 행정 빅데이터의 연계,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결코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2016년 미 의회가 초당적 입법으로 설립한 증거기반 정책수립 위원회(Commission on Evidence-Based Policymaking)는 2017년 10월에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행정정보에 대한 접근의 확대와 사생활 보호가 양립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행정 데이터 연계 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18년에는 증거기반 정책수립 기본법(Foundations for Evidence-Based Policymaking Act)이 제정되어 그동안 분산적으로 더디게 이루어져온 작업을 체계화하고 연도별 실행계획을 세워 가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은 사회과학과 정책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사회과학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들의 연구대상 국가에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구국가들이 과다대표되는 데에는 이들의 발전된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행정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한 한 요인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행정등록 데이터를 이용한 한 연구는 3세대 내지 4세대 간에 걸쳐 증조부 내지 고조부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자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스웨덴 통계청이 2000년에 구축한 다세대 행정등록 자료 덕분에 이러한 연구가 가능했다 (Hällsten 2014).
 
또한 미국의 사회과학 최고 학술지들에 실리는 논문들 중 서베이 조사 자료만을 활용한 논문의 비중은 줄고 있고 행정 자료 또는 서베이 자료와 행정자료를 통합, 활용한 논문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가령 학교 행정데이터와 사회보장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이 보유한 상세한 근로소득 데이터 등을 통합하여 고등학교 이후의 각종 교육과정이 장기간의 근로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Kim and Tamborini 2019), 교육행정데이터와 국세청 데이터를 연계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우수한 교사들(high-quality teachers)이 향후 학생들의 장기간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Chetty et al. 2014) 등이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빅데이터의 사업적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빅데이터 3법의 입법을 추진하는 한편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강신욱 외 2018; 정해식 외 2019). 그러나, 미국의 경험에서도 말해주듯이 행정 데이터의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개인정보의 비식별화와 보안에 따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법적, 행정적인 문제와 일반 국민들의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데이터의 해킹 사건들로 인해 개인정보의 보안에 대해 일반인들이 걱정을 하게 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행정 데이터나 민간 데이터나 빅데이터를 다루는 내부자들에 의한 남용이나 외부자에 의한 해킹의 위험은 항상 있는 것이며,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통제하기 위한 기술과 데이터 가버넌스를 보다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회과학과 정책연구에 행정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개인정보 보호에 추가적 위험을 더하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Penner and Dodge 2019).
 
한국은 전 국민에게 출생 시부터 주민등록번호가 주어지기 때문에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이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상당히 용이하다. 북구 국가들처럼 과세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미국처럼 전 국민의 소득, 재산과 과세자료 등에 대한 행정자료 통합을 하고, 이를 각종 서베이 자료와도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겠다. 특히 조세와 복지 급여의 소득재분배 효과 등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조세-급여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업이 시급히 요구된다. 또한, 광역 및 기초 지자체 수준에서 소득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지표들이 측정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이러한 지표가 없기 때문에 지자체별 지역사회보장계획을 보면 소득 불평등이나 빈곤의 축소와 같은 정책목표 설정이나 성과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령 재정패널, 노동패널, 복지패널 등 수많은 종류의 가계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 데이터가 인구주택총조사와 연계가 되지 않고, 국세청 등의 행정 데이터와도 연계가 되지 않고 있다(재정패널에서 근로소득 연말정산 자료를 연결하는 등의 극히 부분적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라 조세와 복지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조세-급여 미시모의실험 모형을 이용, 분석하는 데 있어 주로 재정패널 자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재정패널의 샘플이 전인구와 가구에 대한 대표성이 매우 취약하여 정확한 분석과 추정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패널조사마다 조사대상자의 행정등록 자료를 이용할 수 있으면 묻지 않아도 될 여러 질문들을 포함해 비용은 물론 조사대상자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행정자료 통합 활용과 관련, 그동안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국세청의 소득자료를 연계하여 보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계조사에서 자신의 소득을 과소 보고하는 경향이 있는 고소득층에 대해 보다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6년도 귀속 소득의 경우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국세청 자료로 보완한 결과 가구 평균소득이 5,019만원에서 5,3475만원으로, 중위소득은 4,036만원에서 4,300만원으로 각각 증가하였고, 빈곤율은 16.1%에서 17.9%로 증가하였다(김서영 2019).
 
그러나 가계조사의 샘플에 최고 소득층과 최저 소득층이 과소대표되는 문제 자체는 이와 같은 보완작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전 국민 등록자료를 기반으로 한 관련 행정자료의 통합이 필요하다. 최소한 미국의 국세청이 최근 전 국민에 대하여 각종 소득세 신고자료를 기반으로 구축한 빅데이터(SOI Databank)와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또는 영국의 경우 전 국민의 0.1%에 해당하는 샘플에 대한 가계조사 자료를 인구총조사 자료와 연계하여 대표성 있는 조세-급여모델을 벌써부터 구축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이러한 작업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이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료 부과를 위해 소득과 재산 관련 자료들을 통합해 구축한 빅데이터가 거의 전 인구를 포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은 일반 연구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최근 보건사회연구원 팀이 이 데이터를 사용하여 시군구별 빈곤지표를 탐색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정해식 외 2019).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여러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그 효과를 제대로 추정하는 것은 증거기반 정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건보 데이터라도 지자체 소속 연구원 및 일반 연구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행정자료 통합 논의에 관여해온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행정부처 중에서 국세청이 가장 소극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구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할 때 비식별화 조치를 하는 기술적 방법은 충분히 발전되어 있으므로 소득과 조세 관련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행정 빅데이터 통합 구축과 활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통계법과 국세기본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관련 조항들을 개정하여 행정 빅데이터 구축 활용을 촉진하는 작업을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소득과 조세정보를 민감한 개인정보로 간주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조세정보 공개1)
조세 정보를 개인 정보로 엄격히 보호하는 대부분의 국가들과 달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개인과 기업의 조세 정보를 공개해 왔다. 즉, 누구나 지방 세무서나 시청을 방문해서 다른 사람들의 조세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이 당연시되어 왔다. 특히 노르웨이에서는 2001년부터 인터넷상에서 타인의 소득과 납세액을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스웨덴에서는 각 지역별로 매년 조세달력(tax calendar)을 발간하여 과거 우리나라 전화번호부와 비슷한 형식으로 알파벳순으로 이름, 주소와 함께 근로소득(earned income), 불로소득(unearned income), 결정세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업에 대해서도 소득과 세액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전화로도 타인의 조세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조세정보는 개인정보로서 엄격히 보호를 받고 있지만, 사실 미국에서도 과거 개인의 조세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다. 1861년 연방 소득세법이 제정되었을 때 이는 개인정보 보호의 대상이 아니었다. 1924년에는 개인과 법인의 조세정보를 공개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곧 무산되었다. 당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로버트 하월은 “비밀이아말로 부패의 가장 큰 조력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1976년 닉슨 행정부가 세금 신고 정보를 정치적 반대자에 대해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 조세정보의 공개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법인의 조세정보에 대해서는 매사추세츠, 서 버지니아, 캔자스 주 등에서 1990년 이래로 공개가 허용되고 있다. 그리고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소유자의 이름, 가치 및 납부 및 미납 재산세액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조세정보와는 별개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10년부터 공무원들의 봉급을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는 2008년부터 교직원들의 연봉을 인터넷상에 공개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세금 신고서 공개를 거부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뉴욕타임즈의 편집위원인 빈야민 애플바움은 북유럽 국가들처럼 “모든 개인의 소득세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라는 논설을 싣기도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한때 개인의 조세 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다. 여러 나라에서 최상위 소득세 납부자 명단과 금액을 공개한다. 한국도 과거 최상위 소득세 납부자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는 고액·상습 체납자나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에 대해 일부 공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과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개인의 소득이나 조세정보의 공개가 상당히 많은 곳에서 전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정치적인 찬반 논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세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조세 행정에 대한 신뢰는 물론 이웃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며, 과세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촉진제가 되며, 과세당국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성을 제고한다. 북유럽 국가들의 총 세수가 국민총소득의 40-50%에 달하는데도 국민들이 별 불평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은 이러한 투명성과 정치적 책임성, 그리고 공평과세의 확립에 따른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 신뢰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동시에 높이기 때문이다. 소득과 조세 정보의 공개가 소득의 격차를 줄이고 소득 신고와 납부세액을 올리는 데 실제 효과를 보았다는 경험적 증거들이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전통적으로 성실 세금납부가 확립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신고는 피고용자들의 근로소득처럼 완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공개 이전에는 조세 정보가 공개되어도 사람들이 지방 세무서나 시청을 찾아가서 정보를 열람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2001년부터 온라인 검색이 가능해지자 매년 10월 전년도 조세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 노르웨이 사람들은 날씨 검색보다 소득과 세금 검색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일단의 학자들이 온라인 공개의 효과를 측정한 결과 근로소득의 경우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자영업자 사업소득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 3% 정도 신고 소득액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Bo et al. 2014.).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조세정보 공개는 탈세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크다. 피고용자들은 자신의 직장동료는 물론 동종 업종 종사들의 소득수준과 비교하여 봉급 인상을 요구하기도 하며, 고용주들은 구인광고 단계에서부터 봉급액을 특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조세정보 공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보다 평등한 임금 구조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소득불평등이 커지는 것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에서는 조세 정보가 공개되는 11월 1일을 “국민 질투의 날”(National Jealousy Day)이라고 하는데, 핀란드 국민들은 이 정보로 소득불평등이 너무 커지는지를 판단한다고 한다.
 
봉급의 공개가 봉급 격차의 축소를 가져온다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사례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입증되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시 공무원들의 봉급이 온라인 공개된 후 최고위직들의 봉급이 평균 7% 줄었다고 한다 (Mas 2016.).
 
조세정보의 공개에 대해 북구에서도 반대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에서 온라인 공개가 이루어진 후 아이들이 부모 소득을 비교하여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노르웨이 정부는 정보공개를 금지하기보다는 더 많은 정보 공개로 대응했다. 즉, 누구나 다른 사람의 조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 자신의 조세 정보를 들여다봤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조세정보 공개가 낳은 가장 큰 효과는 이웃과 국가에 대한 높은 신뢰, 그리고 아직까지 중요한 정치인들 중에 부패 스캔들이 없었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투명한 사회, 사회적 신뢰가 높은 사회, 높은 수준의 세금을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우리도 조세 정보의 공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 국민의 조세정보 공개가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공직자를 포함,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부터 공개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강신욱 외. 2018. <소득불평등 심화의 원인과 정책적 대응 효과 연구>.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총서 18-05-01.
김서영. 2019.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행정자료 활용 현황. 보건사회연구원 세미나 발표 자료.
신광영. 2017. “스웨덴의 행정 데이터 통합과 활용에 관한 연구.” 스칸디나비아 연구 20: 83-108.
유종성. 2019. “북유럽 복지국가의 비결은 소득공개.” 랩2050.
정해식 외. 2019. <소득불평등 심화의 원인과 정책적 대응 효과 연구 2>.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총서 18-34-01.
Bo, Erlend E., Joel Slemrod, and Thor O. Thoresen. 2014. “Taxes on the Internet: Deterrence Effects of Public Disclosure.” Discussion Papers No. 770 (January 2014), Statistics Norway, Research Department.
Chetty, R., J. Friedman, E. Saez and D. Yagan. 2018. “The SOI Databank: A case study in leveraging administrative data in support of evidence-based policymaking.” Statistical Journal of the IAOS 34: 99-103.
Chetty, Raj, John N. Friedman, and Jonah E. Rockoff. 2014a. “Measuring the Impacts of Teachers I: Evaluating Bias in Teacher Value-Added Estimates.” American Economic Review 104(9): 2593-2632.
—–. 2014a. “Measuring the Impacts of Teachers II: Teacher Value-Added and Student Outcomes in Adulthood.” American Economic Review 104(9): 2633-2679.
Commission on Evidence-Based Policymaking. 2017. The Promise of Evidence-Based Policymaking: Report of the Commission on Evidence-Based Policymaking.
Hällsten, Martin. 2014. “Inequality Across Three and Four Generations in Egalitarian Sweden: 1st and 2nd Cousin Correlations in Socio-Economic Outcomes.” Research in Social Stratification and Mobility 35(1): 19-33.
Kim, ChangHwan, and Christopher R. Tamborini. 2019. “Are They Still Worth It? The Long-Run Earnings Benefits of an Associate Degree, Vocational Diploma or Certificate, and Some College.” RSF: The Russell Sage Foundation Journal of the Social Sciences 5(3): 64-85.
Mas, Alexandre. 2016. “Does Transparency Lead to Pay Compression?” NBER Working Paper No. 20558 (Revised).
Penner, Andrew M., and Kenneth A. Dodge. 2019. “Using Administrative Data for Social Science and Policy.” RSF: The Russell Sage Foundation Journal of the Social Sciences 5(3): 1-18.  
 
1) 이 절은 유종성(2019)의 내용을 가져옴.

State Intervention Can Cut Inequality, But the Current Approach Is Wrong

from The Debate: Income and Wealth Inequality in South Korea: Government-led or Market-led Solutions?Global Asia (March 2019, vol. 14, no. 1)


South Korea’s per capita gross domestic product surpassed US$30,000 in 2018, making the country the seventh member of the so-called “30-50 club” — economies with US$30,000 in per capita GDP and a population of 50 million people or more. However, news of this remarkable achievement of a once-poor nation has been overshadowed by the uneasy revelation of a widening income gap between poor and rich households. During the last year, the average household income for the bottom fifth of the population fell by 17.7 percent, while that for the top fifth increased by 10.4 percent. However, the redistributive role of the welfare state was minimal. In particular, the amount of public transfers to the first quintile (or bottom fifth) increased only by 17.1 percent, while that to the fifth quintile (or top fifth) increased by 53.5 percent. As a result, the ratio of disposable income of the top quintile to that of the bottom quintile rose from 5.44 to 7.36. It’s time for the South Korean government to substantially increase redistribution through taxes and transfers.

Before we discuss the role of government in addressing growing inequality, we need to know the long-term trend of inequality and the causes behind it. Inequality in South Korea fell dramatically during the first few decades after liberation from Japanese rule. Low inequality was maintained during the period of rapid industrialization until the early or mid-1990s. The top 1 percent’s share of national income fell from around 20 percent during the 1930s and early 1940s to around 7 percent from the late 1970s to the mid-1990s (precise data were missing for the period from the mid-1940s to mid-1990s). Then, it began to rise, surpassing 12 percent in the 2010s. What enabled South Korea to enjoy a reputation for “growth with equity” during the period of rapid industrialization? Why has the country been experiencing increasing inequality since the late 1990s? Why has inequality been increasing further despite the efforts of the current government of President Moon Jae-in to reduce income inequality through its strategy of “income-led growth?”

The extremely high levels of inequality in income and wealth during the colonial era were lowered by sweeping land reform, which was implemented by the American military government in 1948 to redistribute Japanese-held land and by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n 1950 to redistribute land held by Korean landlords. Before export-led industrialization took off during the 1960s, the country was already enjoying very favorable conditions for economic development, such as a low level of inequality and rapid expansion of education. The provision of abundant and cheap labor with literacy and numeracy propelled industrialization, which in turn helped to maintain near-full employment by absorbing rural migrants into urban areas. Although President Park Chung-hee’s chaebol-centered strategy led to increasing economic concentration over time, near-full employment and a low level of wage gaps under the state’s repression of the labor movement helped to maintain a low level of income inequality. During this period, social welfare expenditures were minimal, because the priority in the budget was economic growth under the principle of “growth first, redistribution later.” Thus, neither market forces nor the redistributive role of the welfare state was responsible for South Korea’s low level of inequality. The foundation for remarkable “growth with equity” was laid by land reform, with full employment and low wage disparity helping to curb the rise of income inequality.

However, increasing economic concentration by chaebols — South Korea’s large family-owned conglomerates — inevitably brought about widening gaps between large firms and small firms, as well as between the wealthy and the poor. Market forces played a role in increasing inequality, with the gradual liberalization of trade and markets that started in the 1980s and accelerated in the 1990s. Globalization further strengthened this trend. While South Korea’s top chaebols have now become leading global firms, the trickle-down effect disappeared, because their growth was not accompanied by an expansion in domestic employment.

In addition, democratization did not do much to address the problem of increasing inequality. It is commonly recognized that democratic politics tends to contribute to reducing inequality through redistributive policies, while market forces tend to increase inequality. To a certain extent, democratic politics helped to expand the welfare state, and social welfare expenditures have increased steadily. However, the ratio of social welfare spending to GDP in South Korea is still only half the OECD average, and the redistributive role of the country’s welfare state is still minimal. Moreover, democratization helped to increase inequality in some ways. Wage gaps have increased in the dual labor markets. Organized labor concentrated in the regular workforce in large firms has been able to experience rapidly rising wages, while most of the non-regular workers in small firms are not organized. Also, democratic politics helped to reduce taxes on the rich. Top marginal income tax rates plummeted from a high of 70 percent during the 1970s to 40 percent in 1994 and 35 percent in 2004. The rate has increased slightly since then, reaching 42 percent in 2018. Corporate income taxes have also been lowered, and taxes on capital gains and capital income are still minimal. Numerous tax exemptions benefit the rich and large firms. It seems that policy-making is largely captured by the chaebols and the rich.

President Moon, who was inaugurated in May 2017, declared a strategy of “income-led growth” or “inclusive growth,” stressing the need to help the poor and reduce inequality. His signature policy was a rapid rise in the minimum wage. The minimum wage increase apparently has not produced the intended result of increased incomes for the poor. Household income, including earned income, rose for the rich but plummeted for the poor, widening the income gap. In the meantime, the redistributive role of the welfare state has not increased. The government should not scrap the strategy of inclusive growth, but it should seriously reconsider a policy package that has gone too far in raising minimum wages and done too little to increase redistribution of income through taxes and transfers.

“공유자원에 과세해 기본소득 재원 마련해야”

[인터뷰] 프레시안 칼럼 복귀하는 유종성 가천대 교수 (2018.11.30)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프레시안>에 정기 칼럼을 기고한 유종성 전 호주국립대 교수가 약 1년여의 휴지기를 끝내고 지면에 돌아온다. 그 사이 유 교수 신상에 변화가 있었다. 호주 생활을 마치고, 올해 7월 귀국해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칼럼 재개를 기념해 <프레시안>은 지난 28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프레시안 회의실에서 유 교수와 복귀 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 주제는 크게 두 가지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 반에 관한 평가와 한국의 사회·경제 개혁을 위해 기본소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이야기다. 하나는 실천 학자로서 유 교수의 생각을 듣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유 교수 전공 분야의 지식을 대중에게 소개하기 위함이다. 이 두 가지 주제는 앞으로 유 교수가 칼럼을 통해 <프레시안> 지면에 더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내용이기도 하다.  
인터뷰에서 유 교수는 한국 사회·경제 개혁을 위해 전 국민의 납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을 했다. 누구나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특정인의 납세 정보를 검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납세 정보가 궁금한 이라면 누구든 그의 소득과 재산 및 납세액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하자는 뜻이다. 파격적이다. 민감한 개인 정보를 이렇게 공개해도 되느냐는 생각이 들 법한 내용이다.  
유 교수는 보편적 복지 강화를 위해 증세는 반드시 필요하며, 증세를 향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북유럽처럼 한국도 납세자 정보를 투명화 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 이 같은 방법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한편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 개혁에 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최저임금 인상 외에 뚜렷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즉, 소득주도 성장이 잘못된 게 아니고, 소득주도 성장을 제대로 안 해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구호만 있었고 내용이 부족해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으니,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정책 틀을 짜야 한다고 유 교수는 조언했다. 표면적으로는 보수 언론의 문재인 정부 공격 방식과 비슷한 주장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핵심을 짚는 시각은 크게 다르다.  
유 교수는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대표적 존재다. 1982년부터 한국 YMCA 전국연맹에서 일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사무총장을 지내기도 했다. 경실련 시기 그는 금융 실명제로 대표되는 개혁 정책을 제안해 한국 경제 민주화에 큰 역할을 했다. 그는 나이 마흔이 훌쩍 넘어 유학을 선택했고, 2006년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와 호주국립대에서 교수 생활을 이어오다 올해 귀국했다. 그의 연구 성과의 대표격이라 할 만한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김재중 옮김, 동아시아 펴냄)은 한국에서도 주목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문제는 ‘김영란’이 아니라 ‘박정희’다!)  
이번 인터뷰는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유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 개선 역사적 성과지만…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크게 남북관계 및 대외관계, 국내 정치, 사회·경제 문제의 세 가지로 나눠 그간 정부 정책을 평가해봄 직하다. 우선, 크게 지난 시간 문재인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듣고 싶다.  
유종성 : 전쟁 일보 직전까지 치닫던 한반도 상황, 북미 간 긴장 국면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평화와 화해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것만으로도 문재인 정부는 역사적으로 공로를 평가받아 마땅하다. 
다만 최근 북미관계가 교착 상태에 들면서 남북관계마저 제 자리 걸음을 이어가는 듯해 아쉽다. 북미관계나 대북 제재에 관계없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일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 이산가족 상봉이나 남북 통신의 자유화 등이다.  
앞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답방이 이뤄질 텐데, 국론 분열과 찬반 집회자 간 충돌이 우려된다. 정부가 각계 여론을 선제적으로 수렴해 준비를 잘 할 필요가 있다. 찬반 국민이 각자 목소리를 자유롭게 표출하게끔 하되, 가급적 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에서 남북관계에 관한 합의의 폭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다만 다른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려워 보인다. 남북관계뿐만 아니라, 현 정부를 향한 사회경제적 개혁과 정치 개혁에도 국민의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최근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부 개혁의 후퇴 조짐이 보이면서 기대가 실망으로 변했다. 소득주도 성장의 기치 아래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최저임금 인상을 내세웠는데, 오히려 고용은 줄어들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 당분간 이 문제가 개선되리라는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현 정부 정치 개혁의 핵심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일 텐데, 여당은 이미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세력으로부터도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당장의 유불리만 따진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소득주도 성장’, 구호만 있었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 대외 정책의 핵심이 한반도 평화, 정치 개혁의 핵심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면 사회·정치 개혁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이다. 현 정부 탄생을 견인한 촛불 시민의 궁극적 목표도 결국은 개개인 삶의 개선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 출범 1년 반이 지나 상황은 오히려 나빠졌다.  
유종성 : 현 정부가 남북관계 문제에는 준비를 잘 한 것 같은데, 사회·경제개혁에는 구호만 있고 준비가 미진했던 것 같다. 자신감이 부족해 보인다.  
프레시안 : 최저임금 인상안은 어떻게 보나? 그간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의 핵심 정책이다. 
유종성 : 최저임금 인상에 관해 나는 조금 걱정하는 입장이었다. 한국의 인상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시기 이미 최저임금 미만율이 10%를 넘었다. 애초 한국 상당수 고용주에게 임금 지급 여력이 부족했다. 이 상태에서 최저임금 기준을 급격히 올리면 고용에 충격이 올 수밖에 없다는 건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내가 오랜 기간 교수로 지낸 호주가 세계에서 최저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나라의 하나다. 호주가 유럽에 비해 복지 제도가 빈약함에도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 복지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나라는 넓은데 인구는 적고, 광물자원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어떤가? 이미 자영업은 포화상태다. 자영업주가 웬만한 정규직 노동자보다 월 소득이 더 적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면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이 을과 을의 싸움으로 귀결된 이유다.  
프레시안 : 소득주도 성장 자체를 폐기하라는 보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종성 : 그 생각에는 반대한다. 일단, 소득주도 성장 자체가 크게 이상한 개념이 아니다. 소득주도 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시한 임금주도 성장의 한국식 변형 개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제안한 포용적 성장 개념과도 통한다.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고, 이를 통해 실질적 기회의 불균등을 해소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이를 위한 하나의 정책수단일 뿐이다. 
프레시안 : 큰 틀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올바르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잘못이었다?
유종성 :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격규제 정책의 하나다. 가격규제 정책 자체가 특별한 건 아니다. 박정희 정권 때도 수출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가격규제 정책을 실시했다. 그런데, 시장 경제가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던 당시도 정부가 시장을 완전히 무시하면서 정책을 펴진 못했다. 가격 규제(최저임금 인상)를 무리하게 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초기부터 EITC 확대하고 기본소득 도입했어야
프레시안 :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춘다면 당장 어려운 환경의 민생을 어떻게 해결하나? 
유종성 :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하는 대신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 EITC)를 정권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확대했어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 내년부터 EITC를 대폭 확대키로 했는데, 시기가 늦었다. (EITC는 노무현 정부 말기에 도입되었으나, 그간 대상자가 적었고 지급액도 적었다.) 
아울러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은 더 증액해야 한다. 청년수당 도입 등 새로운 정책도 적극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 이들 모두 실질적으로 소득을 늘리는 소득주도 성장 방안의 하나다. 하필 정부가 저항은 크고 효과는 임금노동자에 한정되는 최저임금제도에만 집중하면서 실질적으로 복지를 개선하는 길을 찾지 못했다.  
프레시안 : EITC 역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가격규제 방안의 하나는 아닌가?
유종성 : 아니다. EITC는 가격에 개입하지 않고 저임금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소득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정책이다. 기본소득이나 부의소득세(Negative Income Tax)가 조건 없이, 즉 노동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보전해주는 정책이라면, EITC는 근로빈곤층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제도다. 부의소득세 아이디어는 사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논의가 먼저 나왔다. 1970년대 미국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이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결국 상원에서 막혀 도입되지 않았다. 그 대안으로 EITC가 도입되었다. 
프레시안 :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은 일정 연령대에 한정한 기본소득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를 확대하자고도 했다. 유 교수가 제안한 소득주도 성장의 패키지는 결국 ‘아동수당(모든 아동)-EITC(저임금 노동자)-기초연금(모든 노인)’ 체계인데, 부분적인 기본소득제 도입으로 보인다. 
유종성 : 그렇다. 정부가 기초연금과 관련해 하위 70% 저소득층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선별적 복지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보편화하는 한편, 과세소득화해야 한다. 정부 방침은 올해 기초연금을 최대 월 25만 원으로 인상하고 내년 중에 하위 30%에 한해 월 30만 원으로 인상한다는 것인데,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5만 원을 지급하고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지급액을 인상하는 방안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노인 중 절대다수는 면세점 이하 소득자다. 일부 고소득 노인에게만 6.6%에서 최대 46.2%의 소득세(지방소득세 포함)를 걷으면 된다. 그러니 보편적으로 기초연금을 도입해도 빈곤노인에게는 혜택을 더 늘리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혜택을 줄일 수 있다. 복잡한 복지 체계는 더 깔끔해질 수 있다.  
아동수당 역시 마찬가지다. 만 6세 이하는 월 20만 원~3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지급 대상 연령을 만 15세 내지 18세까지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한 재원 일부는 가정양육수당과 전업주부 보육료 지원 등에서 충당해야 한다.  


‘전 국민 안식년 제도’?… “복지 상상력 발휘할 때”

프레시안 : 전업주부 보육료 지원을 깎자는 소리인가? 부족한 복지 수준이 더 후퇴하지 않을까?
유종성 : 맞벌이 부부가 아닌 경우에도, 더구나 0세 유아에게도 전일 보육료를 지원하는 나라는 내가 알기로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스웨덴의 경우도 0세와 1세 유아에게는 보육료 지원을 하지 않고, 육아휴직만 지원한다. 0~1세 유아는 가급적 부모가 양육하는 게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0세아에게도 월 80만 원의 비싼 보육료를 전액 지원해주니 많은 전업주부가 0세아를 보육시설에 온종일 맡긴다. 이에 따라 오히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다. 영아 인권 차원에서도 잘못된 정책이다.  
따지고 보면, 기존 한국 복지 정책 중 적잖은 게 소득 역진적이다. 고소득층이 혜택을 보고 저소득층은 혜택 받지 못하는 복지 제도가 많다. 출산수당, 아동수당과 보육료 지원 등도 소득재분배 측면에선 역진적이다. 대부분 저소득층은 결혼도 못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따라서 과세소득화를 통해 역진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소득세의 소득공제와 같은 조세지출이야말로 매우 역진적이다. 한국의 소득세는 명목상으로는 매우 누진적이다. 소득세 명목세율은 최저 6%에서 최고 42%까지 누진적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실효세율은 낮다. 여러 소득공제, 세액공제 혜택에 따라 감면을 많이 받는다. 이를 조세지출이라고 하는데, 고소득층일수록 세금감면(조세지출) 혜택을 훨씬 크게 받는다. 대단히 역진적이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소득세 실효세율 세수가 OECD 평균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이유다. 지금 세제 체계로는 조세의 소득재분배 효과가 작다. 복지지출 재원이 적으니 복지급여를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도 미약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가가치세, 법인세의 조세감면에도 대기업이 더 큰 혜택을 입는 역진적 부분이 있다. 해당 항목들만 잘 조정해도 소득재분배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 
프레시안 : 정리하자면, 한국의 현 복지제도는 오히려 중산층 이상이 혜택을 입는 구조라 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본소득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인다. 
유종성 : 상당 부분 그렇다. 기초연금처럼 저소득층에게 주된 혜택이 가는 제도도 있지만,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등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가 더 큰 혜택을 누리고 비정규직 등 불안정 노동자는 사각지대에 빠진다. 문제 해결을 위해 당장 도입 가능한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기초연금과 아동수당, 청년수당, 농민·농촌수당 등이다.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더 확대할 방안도 충분하다. 
예를 들어, 전 경제활동인구를 대상으로 10년 중 1년은 기본소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일종의 ‘전 국민 안식년 제도’다. 그렇다면 노동자가 10년에 1년은 일을 줄이거나 쉬면서 다른 아이디어를 찾거나, 새로운 기술 훈련을 받거나, 여행하거나, 혹은 일하면서 기본소득까지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는 얼마든 있다.  

증세 위해 납세 정보 투명화 필요
프레시안 : 궁극적으로 복지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역시 증세에는 소극적이다. 기실 모든 정부가 ‘증세하면 정권 날아간다’는 공포를 갖고 있다. 
유종성 : 맞다. 실제로 증세하다가 정권 날아간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상당한 증세를 국민적 합의로 실현하기도 했다. 북유럽이 그렇다.  
최소한도의 핀셋 증세로는 과감한 복지 확대가 불가능하다. 한국의 복지 지출이 OECD 평균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데, 확대를 위해서는 재정지출 절감과 함께 과감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대다수 국민에게 증세하면 세금 부담보다 더 큰 혜택이 돌아온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  
프레시안 : 당장 보수 세력이 가짜 뉴스 등으로 여론전에 나서면 정부로서는 증세 거부감에 이미 빠진 국민을 설득하기란 불가능하지 않겠나? 국민의 정부 신뢰도가 안 그래도 크지 않다. 
유종성 : 맞다. 언제나 개혁은 어렵다. 잘못하면 정권이 실제로 날아간다. 가짜뉴스에 정부 개혁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내 제안은 납세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것이다. 당신의 소득 수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납세 실적을 모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얘기다. 
노르웨이, 핀란드가 그렇다. 이들 나라에서는 모든 국민, 법인의 지난해 소득, 세금 납부 수준을 누구나 검색할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지역별로 납세 정보 책자를 발간한다. 노르웨이는 국세청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누구나 다른 사람의 소득, 재산, 세금을 볼 수 있게끔 했고, 누가 내 세금 정보를 검색했는지도 알 수 있도록 쌍방향 정보 공개를 한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19세기 중반부터 납세 정보를 공개했다. 이처럼 투명한 정보 공개가 높은 사회적·정치적 신뢰, 낮은 부패율과 함께 높은 조세 부담과 복지에 관한 국민적 합의를 가능케 했다. 
그러면 자연히 국민이 ‘증세하면 내 소득 수준에서 얼마나 부담이 커지는지, 세금 부담이 실질적으로 커지는 소득 계층은 상위 몇 퍼센트인지’ 등을 다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증세로 내가 부담하는 건 얼마며, 그에 따른 복지 확대로 내가 누릴 혜택은 얼마나 될지’ 등을 바로 비교할 수 있다. 가짜뉴스와 싸울 힘을 갖게 된다. 그래야만 근거 없는 증세 불안을 없앨 수 있다. 
프레시안 : 민감한 개인 정보 아닌가? 
유종성 : 아니다. 성적 지향이나 범죄 수사 경력 등은 이들 나라에서도 프라이버시로서 보호한다. 납세 정보는 민감 정보로 보지 않는다. 우리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떳떳하게 벌어서 정직하게 세금을 냈는데, 굳이 숨길 필요가 있겠는가? 
공공의 데이터 확보가 더 정교한 복지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도 의미가 있다. 한국에서 소득 정보를 보려면 어떤 데이터를 사용하는가? 가구 조사 정보를 볼 수밖에 없다. 복지 패널, 노동 패널, 가계동향조사 등 직접 가정 문을 두드려 조사한 결과다. 최상위층 정보는 데이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 집에 조사원이 들어가지 못하니까. 하지만 국세청 데이터에는 최상위층도 모두 포함된다. 한국의 어떤 뛰어난 조사원도 국세청만큼 정확히 국민 개개인의 납세 정보, 소득 수준을 조사하지 못한다. 
프레시안 : 정확한 복지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도 세금 납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얘기인가?
유종성 : 그렇다. 적어도 익명화된 정보는 국세청 등으로 행정정보를 통합하고, 나아가서 가구조사 정보와도 통합해서 연구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기본소득을 도입하든 사회 보험을 강화하든, 여러 가지 정책 시뮬레이션은 필수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성 높은 표본을 확보해야만 한다. 가구조사 자료의 대표성은 빈약하다. 더 정확한 조사를 위해서라도 납세 정보를 투명화해야 한다. 이 정도의 정보화 능력은 한국이 갖고 있다.  
프레시안 : 언론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에게도 제안해야 할 내용 같다. 
유종성 : 기득권층은 어차피 내 주장에 반대할 거다. 국회에만 얘기한다고 금방 되지 않는다. 시민사회운동,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진보 진영, 정부 적으로 규정하는 건 곤란”
프레시안 : 유 교수 전공인 사회·경제 부문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다. 정치 개혁 문제는 짧게 짚고 넘어갈까 한다. 이해찬 대표의 이른바 ’20년 집권’ 발언이 나올 정도로 정부와 여당이 국정 초반에는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는데, 벌써부터 실망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유종성 : 대통령 지지율은 50% 아래로 떨어졌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집권 후 최저치인 40% 미만으로 떨어졌다. 최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 조사를 보면, 2020총선 가상 대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민주당이 ‘특수한 승리’였던 지난 지방선거 결과만 보고 너무 좁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싶다. 민주당이 진보, 개혁 세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20년 집권’은 고사하고, 장기적으로 범 진보세력의 입지는 더 좁아질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여러 차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약속했다가 이제 와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면, 누가 보더라도 소탐대실이다. 
민주당이 당장의 당리당략에 빠져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국민의 실망감은 투표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세계적으로 봐도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 하에서는 보수나 중도 보수 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크다. 반면, 비례대표제 다당제 구도에서 진보와 중도 세력 집권 가능성이 더 크다. 유럽 복지 선진국이 하나같이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유지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다수대표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민주당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이다.  
결국 개혁이 가능하려면 민주당은 정의당, 평화당은 물론, 사안에 따라 바른미래당과도 연대해야만 한다. 지금이라도 민주당이 초심으로 돌아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에는 포용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에 전반적으로 조언하고픈 내용이 있나? 
유종성 : 세 가지. 첫째, 포용적 국정 운영. 둘째, 정책 능력 제고. 셋째, 정치·사회·경제 모든 분야에서 개혁을 후퇴하지 말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모든 일을 다 결정하고 여당과 장관에게 하달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비서실장 대신 대통령이 직접 여당 대표와 총리 등과 협의해야 한다. 5당 대표 회담 등 이벤트성 대화만 하지 말고, 실질적 소통을 해야 한다.  
정책 능력을 제고해 아마추어 국정운영이라는 말은 듣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호만 있고 정책은 없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최저임금 인상 논란뿐만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도 즉흥적 모습이 보였다. 그 결과 사회 곳곳에서 을과 을의 싸움을 정부가 부추긴 꼴이 됐다. 은산 분리 규제 완화 등에서는 여당과 협의 없이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모습을 보여 결국 공약 후퇴 비판을 자초했다. 정부 초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든 것도 실수였다. 전형적인 박정희식 수출 독려 패러다임과 닮았다.  
편한 사람을 중용하기보다 실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고, 학자와 관료의 능동적 참여를 이끌어내 개혁적이면서 현실성 있는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프레시안 : 이미 한국 진보진영은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는 분위기다. 박근혜 정권 퇴진 운동을 주도했던 노동·시민·사회단체 모임인 민중공동행동이 다음달 1일 국회 앞에서 ‘2018년 전국민중대회’를 열기로 했다.  
유종성 : 시민운동계가 현 정부를 적으로 규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과거 진보진영이 노무현 정부에 실망해 정부를 공격한 결과가 이명박근혜 체제였다.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진보학계가 과연 얼마나 정책적인 준비를 해왔느냐도 묻고 싶다. 물론 수권정당이 학계에만 정책을 의존해서는 안 되겠고 정당 정책연구소의 연구능력을 키워야 하겠지만, 그럼에도 학자들도, 운동권도 오늘날 한국 사회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공유자원에 과세해 기본소득 재원 마련해야
프레시안 : 2년 전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이 나온 시기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1950년대) 토지개혁에 준하는 사회경제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 정부가 그 같은 담대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보나? 남북관계 개선을 제외하면, 정부와 여당의 구호는 이해찬 대표의 ‘국민소득 4만 달러’ 정도다.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다.  
유종성 : 그간 소득주도 성장의 구체적 내용이 빈약했다. 앞으로 실질적인 정책 내용을 담을 수 있을지 지켜 볼 일이다.  
과거 한국은 자본주의 세계에서 유례없는 과감한 토지개혁을 통해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완화시켰고 봉건적 계급 구조를 타파했다. 이 같은 개혁이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가능케 했고,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밑바탕이 되었다. (☞관련기사 : “경제 성장, 박정희의 공은 10%뿐이다”
하지만 그 후 한국은 재벌 위주 성장정책에 의존해 부와 소득의 불평등 심화, 재벌 경제력 집중 심화, 고용 없는 성장과 교육 기회 불균등이라는 늪에 빠졌다. 토지개혁 이전 사회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이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은 소득 불평등과 기회 불균등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과감한 사회경제 개혁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기본소득을 비롯해 앞서 강조한 복지 개혁이 그 같은 방편의 하나로 보인다. 또 다른 방안은 무엇일까? 
유종성 : 독과점과 불공정거래를 철저히 규제해 자유 시장 경제를 확립해야 한다. 놀이 중심의 질 좋은 유아 공교육을 도입하고, 초중등교육의 형평성과 수월성, 창의성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땜질식 보완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아울러 토지, 환경, 지하자원 등 전통적 공유자원뿐만 아니라 과거로부터 축적된 지식정보자원도 사회적 배당 측면에서 공유자원으로서 활용해야 한다. 이들 자원으로부터 나오는 소득에 세금을 부과해 GDP의 일정 부분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공유해야 한다. 
프레시안 : 12년간 미국과 호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이제 귀국했다. 귀국한 이유가 뭔가?
유종성 : 석, 박사 학위 취득기간을 포함 18년 반 만에 귀국했다. 귀국이야 항상 하고 싶었다. 그간 한국 대학에 10차례 이상 지원했다. 그런데 나이가 문제였다. 내가 2006년 학위를 받을 때 만 50세였다. 한국에 와서 선생님들을 만나 보니 ‘한국에서는 (그 나이로 교수 임용이) 어렵다’고 하더라. 미국이나 호주는 나이에 따른 차별을 못 하지만, 한국은 다르잖나. 
한국 대학은 정년이 있지만 미국의 경우 정년이 없다. 내 지도교수였던 로버트 퍼트남 교수의 경우, 내가 학위를 받을 당시 한국에서는 정년인 65세였다. 그는 지금도 수업에서만 은퇴하고 연구 교수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다.  
프레시안 : 가천대에는 어떻게 가게 됐나? 
유종성 : 특채로 사회정책대학원 전임교수 네 명 중 하나로 들어가게 됐다. 나는 사회복지분야 주임이다. 매주 화, 목요일 야간에 수업을 진행하는데 특히 NGO나 사회복지 기관에서 활동하는 분들, 공무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란다. 장학금 혜택도 많다. (웃음)

북유럽 복지국가의 진짜 비결은 ‘소득공개’ (The secret to the Nordic welfare states is public access to income tax information)

from LAB2050 다음세대 정책실험실 [IDEA2050_011] July 31, 2019

만일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 뿐 아니라 직장 동료, 친구, 친척의 소득과 재산, 세금 납부액 등을 인터넷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면 어떨까? 노르웨이에선 2001년부터 실제로 가능한 일이다.

과세 정보를 개인 정보로 엄격히 보호하는 대부분의 국가들과 달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개인과 기업의 과세 정보를 공개해 왔다. 이들 나라에서는 누구나 지방 세무서나 시청을 방문해 다른 사람의 과세 정보를 볼 수 있고, 노르웨이에서는 온라인 검색도 가능하다.

스웨덴에서는 각 지역별로 매년 과세 달력(tax calendar)을 발간해왔다. 이 책자는 과거 우리나라의 전화번호부처럼 알파벳 순으로 개인의 이름과 근로소득(earned income), 불로소득(unearned income), 결정세액 등이 기록돼 있고, 기업의 소득과 세액도 보여준다.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전화로 타인의 과세 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 덴마크, 일본, 호주 등에서는 개인의 과세 정보는 공개하지 않지만 법인의 과세 정보는 공개하고 있다. 납세정보를 공개하는 북유럽 국가들이 개인정보 보호를 등한시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들은 모든 국민이 공문서에 자유로운 접근권을 가진다고 보고, 납세의 의무와 관련한 행정 정보(소득공제액, 세액공제액, 총수입금액, 결정세액 등)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아닌 공적인 정보로 간주한다.

소득 정보 공개, 미국은 여전히 논쟁 중

미국도 개인 과세 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었다. 1861년 미국의 연방 소득세법이 제정된 이후 신문 지면을 통해 납세자 명단과 세액 등이 공개됐다. 이후 연방의회는 과세 정보의 공개 여부와 그 방식에 대해 갑론을박했다. 그러다 1924년 개인과 법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한다는 법안이 제정됐다. 당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로버트 하월은 “비밀이아말로 부패의 가장 큰 조력자”라고 말했다.

지금처럼 비공개 원칙이 대세가 된 것은 1976년 닉슨 행정부가 정치적인 반대편을 공격하기 위해 세금 신고 정보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다. 그런 가운데서도 메사추세츠, 서버지니아, 캔자스 등의 주는 1990년 이래로 법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2010년부터 공무원들의 봉급을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는 2008년부터 교직원들의 연봉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미국에선 여전히 과세 정보 공개를 둘러싼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세금신고서 공개를 거부하자, 뉴욕타임즈 편집위원인 빈야민 애플바움은 ‘모든 개인의 소득세 정보가 공개돼야 한다’(Everyone’s Income Taxes Should Be Public)는 칼럼을 썼다. 미국 뿐 아니라 프랑스, 이탈리아도 한 때 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었고, 지금도 여러 나라에서 최상위 소득세 납부자만큼은 그 명단과 납부세액을 공개한다.

북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상황을 보면 과세 정보를 보호해야 할 민감한 개인 정보로 볼 것인지, 아니면 시민 누구나 접근권을 가지는 행정 정보로 볼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볼만 하다. 한국도 과거 최상위 소득세 납부자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었다. 지금은 고액·상습 체납자나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를 일부 공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과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소득 정보 공개하니 탈세·격차 줄어

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하면 어떤 유익이 있을까. 일단 다른 사람이 얼마를 벌고, 그 중 얼마를 세금으로 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면 조세 행정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또한 과세 제도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작동된다는 ‘과세형평성’에 대한 믿음이 커지게 된다.

북유럽 국가들의 총 세수가 국민총소득의 40%가 넘는데도 국민들이 별 불평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들 사이에 그런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소득과 과세 정보의 공개는 소득 격차를 줄이고, 납부세액을 늘리는 효과도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전통적으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문화가 확립돼 있다고 알려졌지만 피고용자의 근로소득 신고에 비해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신고는 완전한 수준이 아니었다.

2015년 조엘 슬렘로드(Joel Slemrod) 미국 미시간대 교수와 노르웨이 통계청의 연구원들인 얼랜드 보(Erlend E. Bo)와 소레슨(Thor O. Thoresen)이 발간한 보고서(Taxes on the Internet: Deterrence Effects of Public Disclosure)에 따르면 과세책자가 발간되지 않았던 노르웨이의 일부 지역에서 2001년 이후 온인 과세정보 조회가 가능해지자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신고액이 평균 3% 정도 증가했다.

노르웨이에서도 2001년 이전엔 타인의 과세 정보를 조회하려면 지방 세무서나 시청을 직접 방문해야 했다. 따라서 실제로 정보를 열람하는 사례는 흔치 않았을 것이다. 일부 지역에선 과세 책자가 발간돼 정보 조회가 상대적으로 용이했지만, 책자가 발간되지 않았던 지역에선 온라인 공개의 효과가 더욱 컸을 것이다. 실제로 노르웨이 사람들은 매년 10월에 전년도 과세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 날씨보다 타인의 소득과 세금납부 내역을 더 많이 검색했다.

노르웨이는 ‘누가 내 소득 정보 봤는지’도 공개

과세 정보 공개에는 임금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나랑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의 소득을 쉽게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일노동 동일임금’ 지급을 요구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북유럽에서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임금차별이 없어제는 데도 과세 정보 공개 제도가 공헌을 했다. 이 나라들에서는 고용주들이 구인 광고 단계부터 급여액을 공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역시 이 제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에서는 과세 정보가 공개되는 11월 1일을 ‘국민 질투의 날’이라고 부른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의 소득과 나의 소득을 비교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질투’는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소득불평등이 더 커지지 않는지 감시하는 역할이다.

소득의 공개가 급여 격차를 줄인다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사례에서도 실증적으로 입증된다. 알렉산드르 마스(Alexandre Mas)의 연구(Does Transparency Lead to Pay Compression?)에 의하면 시 공무원들의 봉급이 온라인 공개된 후 최고위직들의 봉급이 평균 7% 줄었다.

과세 정보 공개가 부작용을 낳은 경우도 있었다. 노르웨이에선 2001년 온라인 과세 정보 공개 이후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일들이 있었다. 특이한 것은 이런 부작용이 나타난 가운데서도 노르웨이 정부는 정보 공개를 멈추기보다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과세 정보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 자신의 과세 정보를 들여다 봤는지도 알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런 대처를 통해 과세 정보 공개 제도는 유지될 수 있었고, 그 결과 정부에 대한 높은 신뢰도 역시 유지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선 정치인의 부패 스캔들조차 희귀하다.

빅데이터로도 활용 가치 큰 ‘과세 정보’

과세 정보는 행정 빅데이터 차원으로도 의미가 크다. 빅데이터는 글로벌 기업들이 인공지능 등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원천이다. 국내 관련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로 인한 데이터 활용 규제가 과하다는 불만을 제기해 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빅데이터 활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개정안 등 소위 ‘데이터 3법’을 지난해 11월 상정했다. 법안의 핵심은 가명 정보를 통해 데이터 상에서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이 법안들은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심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지만, 여야 간 견해 차는 크지 않지 않은 편이다.

이처럼 개인을 식별할 수 없게만 한다면 과세 정보라는 빅데이터는 공익적 가치가 크다. 특히 여러 중앙 행정 기관과 지자체에 분산된 개인과 가구의 소득, 재산, 세금, 복지 급여 등의 자료가 통합되면 복지 정책의 수립과 집행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중복 지원이나 사각지대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복지 정책을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집행한 이후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것도 가능하다.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이 일찌감치 잘 이뤄진 북유럽 국가들, 1990년대 이래로 데이터 활용 면에서 큰 진전이 있었던 미국이 사회과학 및 증거 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 연구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사회과학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들의 연구 대상 국가들이 대부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에 실린 논문들 중에서도 서베이 기반 연구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행정 자료를 활용한 연구의 비중은 급격히 늘고 있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전통적으로 서베이 자료 보다 실제 행정 등록 자료를 통한 연구가 활발하다. 이들 정부는 국세청 자료에 총인구, 사업체, 부동산 등 각 행정부처에서 등록된 자료를 통합해 통계적 분석이 가능한 전국민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만든다. 이 자료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연구자, 기업, 일반 시민에게 폭넓게 제공된다. 이들 국가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한 갈등과 논쟁이 적지 않았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공익적 목적의 정보 활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시키는 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미국은 과세 정보를 개인정보로 엄격히 보호하지만, 비식별 처리 된 개인별 과세 자료의 이용은 허용한다. 국세청의 과세 행정 자료 뿐 아니라 미 인구조사국의 ‘현재 인구 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소득과 프로그램 참여 조사’(Survey of Income and Program Participation), ‘공동체 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 등의 데이터가 서로 연계되고 통합되기도 했다. 또한 최근 미국 국세청은 세금신고를 하지 않는 저소득층을 누락한 과거 자료를 보완해 20년치(1996~2015년)의 소득과 세금에 대한 자세한 패널 데이터(각 개인-연도별로 백 개 이상의 변수 포함)를 배우자, 부모, 자녀 및 고용주들과 연계할 수 있도록 구축했다. 이상의 데이터들은 사회과학 정책 연구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복지국가 지향한다면, 과세 정보 공개 논의부터

한국에서 행정 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은 법적 규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의 불신감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는 2016년 6월 ‘개인정보 비식별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정, 비식별화 처리를 한 개인정보의 경우는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도 기업 마케팅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이에 따라 데이터 활용사업을 추진했던 기업들은 개인정보 보호 위반 혐의로 시민 단체로부터 고발되고 검찰 조사를 받아야 했다.

관료들의 소극적 자세도 빅데이터 활용에 걸림돌이다. 현행법 상으로도 비식별, 익명화된 행정정보를 통합해 활용하는 연구가 불가능하지 않지만, 국세청이 과세 정보 공유에 소극적인 탓에 어려움이 많다.

최근 ‘가계금융복지조사’가 국세청의 과세 정보를 연계, 활용한 결과 개인과 가구의 정확한 소득 파악과 소득불평등 지표의 개선에도 기여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세청의 협조는 이 정도가 최대한이고 이보다는 한 치도 더 나가기 어려워 보인다. 북유럽의 과세 정보 전면 공개 및 활용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연구 목적의 활용은 가능한 미국 수준 정도로는 우리도 나아갈 필요가 있다.

한국은 의지만 있다면 행정 빅데이터 통합을 쉽게 할 수 있는 나라다. 전 국민에게 출생시부터 주민등록번호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전 국민의 소득, 재산에 대한 과세 자료 등을 통합하고, 이를 각종 조사 자료들과 연계한다면 세금과 복지 정책으로 인한 소득 재분배 효과를 정확하게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27개국을 대상으로 표본 가구의 소득, 재산 등의 정보와 납부세액, 복지급여 등의 내역 등이 연계된 ‘조세-급여 모델’(EUROMOD)을 구축해 정부가 복지나 세금제도 등을 변경할 때의 변화를 불과 몇 분만에 예측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의지만 있으면 더 정교한 ‘조세-급여 모델’을 충분히 구축할 수 있다.

나아가서 북유럽 국가들처럼 투명한 사회, 사회적 신뢰가 탄탄하고 그 결과로 높은 수준의 복지를 누리는 국가를 지향한다면 그 첫 걸음으로 과세 정보 공개부터 적극적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